SAP 라우팅, 레시피대로 요리하는 공정 순서표
SAP PP 기준정보 라우팅(Routing)이 무엇인지, 공정 번호·작업장·표준시간이 왜 필요한지 레스토랑 비유로 설명합니다.
안녕하세요, Rabbit입니다! 🐰
레스토랑 주방에 새 직원이 들어왔습니다. 냉장고에 재료는 다 있고 레시피(BOM)도 손에 들었는데, 막막합니다. 어느 스테이션에서 먼저 시작해야 하는지, 불판을 써야 하는지 오븐을 써야 하는지, 각 단계에 얼마나 시간을 써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겁니다.
재료 목록만으로는 요리를 완성할 수 없습니다. 어떤 순서로, 어디서, 얼마나 만드는지를 정의한 별도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SAP에서 그 역할을 하는 게 라우팅(Routing)입니다.
- 라우팅은 제품을 만드는 공정 순서, 작업장, 표준시간을 정의한 기준정보입니다.
- BOM이 “무엇으로 만드는가”라면, 라우팅은 “어떻게 만드는가”입니다.
- 라우팅이 없으면 SAP는 납기·원가·작업지시 세 가지를 모두 계산할 수 없습니다.
라우팅이란 무엇인가
라우팅은 제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공정들을 순서대로 정의한 기준정보입니다. 각 공정마다 어느 작업장에서, 표준적으로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비유로 하면 조리 순서표입니다. 레시피(BOM)가 “닭 200g, 간장 2큰술, 마늘 5쪽”이라면, 라우팅은 “1번 스테이션에서 손질 10분 → 2번 스테이션 오븐에서 굽기 25분 → 3번 스테이션에서 플레이팅 5분”에 해당합니다. 재료 목록(BOM)과 조리 순서(라우팅)가 모두 갖춰져야 비로소 주방이 제대로 돌아갑니다.
라우팅에 들어가는 네 가지 요소
라우팅 한 줄에는 네 가지 정보가 들어갑니다.
그림 1. 스마트폰 생산 라우팅 예시 — 공정 10부터 40까지 순서와 작업장·표준시간
공정 번호는 순서를 나타냅니다. 보통 10, 20, 30처럼 10 단위로 매깁니다. 나중에 공정을 추가할 때 11번을 끼워 넣을 수 있도록 여유를 두는 거예요.
작업명은 그 공정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입니다. “디스플레이 조립”, “최종 검사” 같은 식으로 씁니다.
작업장(Work Center)은 그 공정이 실제로 일어나는 장소나 설비입니다. “조립라인 1”, “품질검사 라인”처럼 SAP에 미리 등록된 작업장을 지정합니다. 작업장 자체의 용량과 원가 정보는 별도의 작업장 마스터에 담겨 있습니다.
표준시간은 이 공정에 걸리는 기준 시간입니다. 실제로 걸리는 시간과 다를 수 있지만, 계획과 원가 계산의 기준값이 됩니다.
| 공정 | 작업명 | 작업장 | 표준시간 |
|---|---|---|---|
| 10 | 디스플레이 조립 | 조립라인 1 | 10분 |
| 20 | 메인보드 설치 | 조립라인 2 | 15분 |
| 30 | 배터리 설치 | 조립라인 2 | 5분 |
| 40 | 최종 검사 | 품질검사 라인 | 20분 |
표 1. 스마트폰(P1000) 라우팅 기준정보 예시
라우팅이 없으면 어떻게 되나
라우팅이 없거나 잘못 등록돼 있으면 SAP는 세 가지를 계산하지 못합니다.
라우팅은 납기·원가·작업지시 세 가지 계산의 공통 근거입니다.
첫째, 생산 리드타임 계산이 불가능합니다. 각 공정에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면 전체 생산에 며칠이 필요한지 알 수 없습니다. SAP가 납기일을 역산할 기준이 없어지는 겁니다.
둘째, 제조원가 중 가공비를 계산할 수 없습니다. 재료비(BOM)는 구할 수 있어도, 사람과 설비에 드는 가공비는 공정별 표준시간 × 작업장의 시간당 단가로 계산합니다. 라우팅 없이는 이 계산이 안 됩니다.
셋째, 작업 지시를 내릴 수 없습니다. 생산오더가 떨어졌을 때, 어느 공정을 어느 작업장에 배정할지 SAP가 알 수 없습니다.
⚠️ 주의: 라우팅의 표준시간은 “이 공정이 보통 얼마나 걸리는가”의 기준값입니다. 현장 실제 시간과 괴리가 크면 납기 계산과 원가 계산 모두 틀어집니다. 처음 등록할 때 현장과 함께 검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BOM과 라우팅의 관계
BOM과 라우팅은 함께 있어야 비로소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 BOM: 갤럭시 스마트폰을 만들려면 배터리 1개, 디스플레이 1개, 메인보드 1개가 필요하다.
- 라우팅: 공정 10에서 디스플레이를 조립하고, 공정 20에서 메인보드를 설치하고, 공정 40에서 최종 검사를 한다.
둘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생산오더를 만들 때 생산버전(Production Version)을 통해 하나로 묶입니다. “이 제품은 BOM 001번과 라우팅 001번을 조합해서 만든다”는 식으로요. 같은 제품이라도 A 라인에서 표준 방식으로 만들 때와 B 라인에서 긴급 생산할 때는 라우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생산 방식을 시스템에 등록해두고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생산버전의 역할입니다. 생산버전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루겠습니다.
💡 핵심: BOM이 “재료 목록”이라면 라우팅은 “조리 순서표”입니다. 주방에 재료만 있고 순서가 없으면, 새 직원은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Rabbit의 한 끗
라우팅은 한 번 등록하면 끝이 아닙니다. 설비가 바뀌거나, 공정이 개선되거나, 실제 소요 시간이 표준과 크게 달라지면 반드시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낡은 라우팅은 낡은 납기 계획과 낡은 원가를 만들어냅니다.
“Garbage in, garbage out.” 기준정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해도 나오는 결과는 틀립니다. 라우팅은 시스템과 현장을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그 다리가 튼튼해야 SAP가 제대로 돌아갑니다. 😎
더 읽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