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 PI와 구축, 매장을 기획하는 사람과 짓는 사람
같은 'SAP 컨설턴트'라는 이름표 안에서도, PI(기획)와 구축(시공)은 역할이 전혀 다릅니다. 새 매장을 여는 과정에 빗대어 두 세계의 차이와 균형을 정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Rabbit입니다! 🐰
새 레스토랑 매장을 하나 연다고 해봅시다. 여기엔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은 “이 매장을 어떤 콘셉트로, 어떤 동선으로 만들지” 그림을 그리는 기획자입니다. 다른 한 사람은 그 그림을 받아 실제로 주방을 짓고 장비를 들이는 시공팀이죠.
SAP 프로젝트도 똑같습니다. 같은 ‘SAP 컨설턴트’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어도, 하는 일이 전혀 다른 두 그룹이 있습니다. PI(Process Innovation)와 구축(Implementation)입니다. 매장을 기획하는 설계자와, 그 도면대로 실제 매장을 짓는 시공자처럼요. Rabbit도 생산 PI와 SAP PP 구축을 둘 다 거쳤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둘이 왜 자주 부딪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지 풀어보겠습니다.
3줄 요약
- PI는 미래의 이상적인 업무 방식(To-Be)을 그리는 ‘설계자’다.
- 구축은 그 설계를 현실의 SAP 시스템으로 만드는 ‘시공자’다.
- 둘의 충돌은 필연이고, 성공한 프로젝트는 이 간극을 미리 좁힌다.
PI: 매장의 콘셉트를 그리는 설계자
SAP 프로젝트의 첫 단추를 끼우는 사람들이 PI 컨설턴트입니다. 새 매장으로 치면, 어떤 콘셉트의 가게를 만들지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자죠. 주로 경영 전략·프로세스 혁신에 전문성을 가진 비즈니스 컨설턴트들입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회사가 지금 일하는 방식(As-Is)을 분석하고, 가장 이상적인 미래의 업무 방식(To-Be)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머릿속엔 단 하나의 질문이 있습니다. “이 회사가 글로벌 수준으로 일하려면, 앞으로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예산이나 기술적 제약보다는, 가장 효율적인 ‘꿈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 집중합니다. 최고의 손님 경험을 먼저 상상하고 거기서 거꾸로 매장을 설계하는 셈이죠. 그래서 결과물이 가끔 혁신적이거나 파격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구축: 도면을 실제 매장으로 만드는 시공자
PI가 그린 청사진을 넘겨받는 사람들이 구축 컨설턴트입니다. 특정 SAP 모듈(FI·CO·SD·MM·PP 등)에 정통한 모듈 컨설턴트, 코드를 짜는 ABAP 개발자 같은 기술 전문가들이죠. 매장으로 치면 도면을 들고 실제로 주방을 짓고 설비를 놓는 시공팀입니다.
이들은 PI가 설계한 To-Be 프로세스를 실제 SAP 시스템으로 구현합니다. 다만 도면만 보고 짓지 않습니다. 현장의 인프라, 예산, SAP 표준 기능, 가용 인력까지 다 따져야 하니까요. 아무리 멋진 매장 도면이라도, 실제 점포의 전기 용량과 가스 배관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구축 컨설턴트의 목표는 ‘뜬구름 잡는 시스템’이 아니라 ‘현실에서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설계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조율하는, 진짜 시공자 역할입니다.
”이 도면대로는 못 지어요”
흥미로운 건, PI와 구축이 같은 회사 안에서도 보통 소속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PI는 A사가, 구축은 B사가 나눠 맡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래서 두 세계의 충돌은 거의 필연입니다.
구축 컨설턴트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자주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예산과 일정 문제로 “이 기능을 설계대로 구현하면 비용이 두 배, 기간도 6개월은 더 필요합니다”라는 말이 나오고, 현장 인프라 부족으로 “실시간 입력을 하라는데 현장에 아직 단말기도 없습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SAP 표준의 한계 때문에 “이 기능은 표준에 없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해야 하는데, 나중에 유지보수는 어떻게 감당하나요”라는 우려도 나오죠.
결국 PI 단계의 이상적인 그림은, 구축 단계의 ‘현실화’를 거치며 축소되거나 변경되는 일이 잦습니다. 멋진 매장 도면이라도 점포의 기둥 위치가 안 맞으면 주방 배치를 바꿔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두 세계를 잇는 건 결국 균형
그렇다면 PI는 몽상가이고 구축만 현실적인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둘 다 프로젝트 성공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PI의 ‘이상’은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콘셉트 없는 매장이 그저 그런 가게로 묻히는 것처럼, 방향이 없으면 시스템도 길을 잃으니까요. 구축의 ‘현실’은 그 목표를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어 실제 가치를 냅니다. 아무리 좋은 콘셉트도 매장을 실제로 짓지 못하면 문을 열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두 세계가 서로를 이해하고 균형을 이룰 때, SAP는 ‘비싸고 복잡한 엑셀’이라는 오명을 벗고 진짜 디지털 전환의 동력이 됩니다.
그림 1. PI는 미래의 청사진을, 구축은 그 청사진을 현실로
균형을 맞추는 네 가지 방법
현장에서 잘 풀리는 프로젝트들을 보면 보통 이렇게 합니다.
PI 단계부터 현실을 반영합니다. 설계 단계에 구축 전문가가 참여해 기술·비용을 함께 검토합니다. 처음부터 현실적 제약을 알고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계적으로 접근합니다(MVP). 처음부터 모든 기능을 다 만들려 하지 않고, 핵심 기능부터 오픈한 뒤 점차 고도화합니다. 작은 성공을 먼저 맛보는 게 중요합니다. 매장도 처음부터 풀메뉴를 내기보다, 시그니처 메뉴 몇 개로 시작해 넓혀가는 게 안전한 것처럼요.
표준 기능을 우선합니다. SAP 표준을 최대한 활용하고, 커스터마이징 개발(이른바 Z코드)은 최소화해 유지보수 부담을 줄입니다.
변화 관리와 교육에 투자합니다. 현장 사용자가 “왜 이렇게 써야 하는지” 공감하고 적응하도록 돕습니다. 아무리 좋은 매장도 직원이 운영법을 모르면 손님을 못 받으니까요.
Rabbit의 한 끗
PI의 큰 그림과 구축의 현실적인 구현, 이 둘이 만날 때 프로젝트는 성공으로 갑니다. 기획자의 콘셉트와 시공팀의 기술이 만나야 비로소 매장이 문을 여는 것처럼요.
직접 두 역할을 다 거쳐보니,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이 틀린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 그게 프로젝트를 매끄럽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매장이 어떻게 지어지는지 그 과정 전체가 궁금하다면, 구축 프로젝트의 5단계를 다룬 글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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