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 역사, 작은 레스토랑에서 시작된 이야기

IBM을 떠난 다섯 엔지니어가 1972년 세운 SAP. R/2·R/3부터 S/4HANA까지, SAP가 어떻게 ERP의 표준이 됐는지 입문자 눈높이로 정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Rabbit입니다! 🐰

SAP 입문, 레스토랑 주방으로 이해하는 통합 두뇌 글에서 SAP가 ‘회사를 움직이는 통합 시스템’이라는 걸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시스템은 어디서 시작됐을까요? 오늘은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로, SAP의 출발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배경을 알면 SAP가 왜 지금의 모습이 됐는지 이해가 깊어집니다.

3줄 요약
  • SAP는 1972년, IBM을 떠난 다섯 엔지니어가 독일에서 세웠다.
  • ‘실시간 데이터 처리’라는 당시로선 혁신적인 목표에서 출발했다.
  • R/2 → R/3 → S/4HANA로 진화하며 ERP의 글로벌 표준이 됐다.

1972년 창업부터 R/2, R/3, HANA, S/4HANA까지 SAP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타임라인 그림 1. SAP 50여 년의 주요 발자취

다섯 사람이 IBM을 떠난 이유

1972년, IBM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다섯 명이 회사를 나왔습니다. 디트마어 호프, 하소 플라트너, 클라우스 벨렌로이터, 클라우스 치라, 한스베르너 헥토어. 이들에게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당시 기업들은 업무마다 프로그램을 따로따로 만들어 썼습니다. 회계 따로, 재고 따로, 영업 따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회사마다 매번 새로 짜는 비효율이 컸죠. 다섯 사람은 생각했습니다. “업무를 통합하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표준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어떨까?”

마침 한 고객사를 위해 IBM에서 이 작업을 하던 중, IBM이 프로젝트를 다른 부서로 넘기려 하자 이들은 아예 독립을 택했습니다. 그렇게 독일에서 SystemAnalyse Programmentwicklung(시스템 분석 및 프로그램 개발)라는 회사가 탄생했습니다. 이 독일어 이름의 앞 글자가 바로 ‘SAP’입니다.

펀치카드에서 실시간으로

초기 SAP의 목표는 한마디로 실시간(Real-time)이었습니다. 그래서 첫 제품 이름도 RF, 나중에 R/1으로 불렸는데, 여기서 ‘R’이 바로 Real-time을 뜻합니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지만, 당시는 데이터를 펀치카드에 구멍 뚫어 입력하고 밤새 일괄 처리하던 시대였습니다. 입력하면 바로 결과가 보이는 ‘실시간 처리’는 혁신이었죠. 레스토랑으로 치면, 그날 판 메뉴와 남은 재료를 장부에 적어뒀다가 영업이 끝난 밤에 몰아서 정리하던 방식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 그 즉시 레스토랑 전체(주방·카운터·창고)의 장부에 반영되는 방식으로 바뀐 셈입니다.

R/2와 R/3: 표준이 되다

SAP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건 두 번의 도약이었습니다.

1979년 R/2는 IBM 메인프레임(대형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자재 관리·생산 계획·인사 같은 기능을 더하며 본격적인 통합 시스템의 틀을 갖췄습니다. 독일을 넘어 유럽으로 퍼져나갔죠.

1992년 R/3은 결정적이었습니다. 거대한 메인프레임 대신, 여러 대의 컴퓨터가 역할을 나눠 맡는 ‘클라이언트-서버’ 구조를 도입했거든요. 더 유연하고 확장하기 쉬워지면서, R/3은 전 세계 기업의 ERP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SAP의 기본 골격이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HANA와 S/4HANA: 지금의 SAP

2000년대 이후 SAP는 또 한 번 변신합니다.

2011년 선보인 HANA는 데이터를 디스크가 아니라 메모리에서 처리하는 ‘인메모리’ 기술입니다. 며칠 걸리던 분석이 몇 초로 줄었죠. 그리고 2015년, 이 HANA 위에서 완전히 새로 설계된 S/4HANA가 나옵니다. 지금 많은 기업이 도입하거나 전환을 준비 중인 바로 그 버전입니다.

R/1의 실시간이라는 출발점이, 50여 년이 지나 인메모리 기술로 한층 더 빨라진 셈입니다. 방향은 처음부터 한결같았던 거죠.

Rabbit의 한 끗

SAP의 역사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흩어진 일을 통합하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1972년 다섯 사람이 품었던 이 생각은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복잡한 SAP 화면 뒤에는, ‘회사의 일을 하나로 모으자’는 단순하고 끈질긴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그 큰 그림을 알고 나면, 낯설던 화면도 조금은 다르게 보일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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